김용철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으로 촉발된 이번 삼성 비자금 사태는 현 대선정국과 맞물려 사회 정치 경제에 걸쳐 메가톤급 회오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재벌기업이 고위 공직자는 물론 사정기관까지 포함하여 각계 각층의 고위인사들을 이른바 '떡값'이라고 일컬어지는 비자금으로 관리를 해왔다는 것인데, 사실 이러한 정경유착의 관행이야 대한민국사와 그 궤도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군부독재정권과는 달리 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개혁을 최우선시 정책 모토로 삼던 민주화 세력이 이끈 지난 10년간에도 (물론 예전보다는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행태가 유지되었다는 사실에는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직 검찰총수라는 사람이 '그렇게 따지면 학연, 지연등으로 연결이 안된 사람이 없다.'고 단언하며 수사 요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보면 갈데까지 갔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이러한 재계와 정계가 연결되는 비리 및 부패 문제는 집권 세력의 성향과는 큰 상관이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 비자금 사태는 특검 발의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 와중에서도 일부 언론에서는 연일 청와대가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웃긴건 이러한 내용을 크게 다루는 언론들은 처음 김용철 전 법무팀장이 양심선언을 할 때는 나몰라라 하던 그 유명 언론들이었던 것이다. 신정아 사태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에서 보듯 그렇게 투철한 저항정신을 가졌던 그들은 이렇게나 사안에 따라 일방적으로 주관을 표출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침묵을 지키기도 하는, 명색이 한국의 소수의 진보 언론을 제외하면 주요 언론의 보도 행태는 그야말로 공정성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3당 특검안과 한나라당 특검안이 전혀 다르다는데 있는데,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2002년 대선자금과 어떻게 해서든 연결을 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청와대는 거부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 부분은 지금 폭로되고 있는 사안과 직접적인 연관도 없을 뿐더러, 설령 수용해서 관계없다는 결과를 받을지라도 이미 수용하는 시점에서 청와대도 비자금을 받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특검보다는 예전에 한번 국회에 제출했던 청렴위 소속의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설치해 조사하자는 법안을 다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차기 검찰총수 후보는 물론이요, 청와대에서 내세우는 청렴위원장까지 떡값 수수 인물로 거론되는 작금의 삼성 비자금 사태를 확실하게 마무리 지으려면 결국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을 확실하게 밝혀서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의 물타기를 사전에 제거하고, 특검을 수용하되 이는 청와대만이 아닌 검찰과 그 외 정부기관. 그리고 여당과 한나라당까지 모두 총망라해서 비자금과 연루된 모든 공직자 및 정치인들을 모두 일괄적으로 처벌해야함이 최선책일 것이다. 물론 삼성의 이건희 일가를 비롯한 이와 관련된 모든 삼성의 책임자들도 처벌해야 함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이는 범여권 단일화에서 나오는 '부패 VS 반부패' 구도에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도마뱀꼬리 잘라내는냥 몇 명의 희생양만으로 유야무야 덮어버리고 현재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사실상 그의 전력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BBK 의혹, 그리고 한나라당의 그간의 행적과 성향을 봤을 때,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정조의 사후와 매우 흡사한 대대적인 보수 반동 정치가 펼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시사 주간지에서 삼성 비자금 사태의 처리 방안에 대해 대선 후보들에게 물었을 때, 유일하게 답변을 거절한 후보가 바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였다.)
예전과는 달리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정치권력보다 훨씬 긴 영향력을 지닌 자본권력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으며, 또 음성적으로 지속적으로 행해질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으로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리고 팔 다리의 곪은 종기를 째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나중에는 잘라내야 하는 법이다.
이러한 정경유착의 커넥션으로 이뤄지는 불법 경영구조는 결국 미국 엔론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불러올 수 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삼성의 현 영향력을 보았을 때 해당 기업에 국한되지만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삼성 비자금 사태의 명확하고도 깨끗한 해결은 보수가 그렇게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왜 틀렸는지, '되찾은 10년'은 그 이전과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 10년의 끄트머리에서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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