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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을 몰고올 미친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장관고시' 강행으로 대한민국 전역이 들끓고 있던 2008년 5월 29일. 국민과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혼란을 틈타 그동안 '괴담' 취급을 하던 '수돗물 민영화'를 슬그머니 '수돗물 사유화'라는 같잖은 말장난을 쳐가며, 기어이 공공재의 하나인 '물'에 대한 '민영화'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간 내세운 공약 중의 하나인 '닥치고 민영화'의 컨셉은 비단 물 뿐만이 아니라 공기업부터 인터넷과 건강보험까지 국민의 삶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공공재들을 비효율과 적자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죄다 '이윤 추구'를 가장 우선시 하는 민간 기업에게 모두 팔아넘기겠다는 발상이다. 문제는 행정부의 수반으로 이득을 내야할 대상과 손해를 보더라도 보호해야 할 대상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에서 더욱 심각하다.

아니나다를까. 정부는 이번 발표 역시 '민영화가 아닌 전문화'라고 강조하며 조삼모사식의 본질을 호도하는 단어로 국민을 무시하고 여론을 무마하려는 되먹지 않은 수를 쓰고 있다.

사실 참여정부에서도 이미 한번 추진하려다가 공공재의 성격이 매우 강한 '물'을 '아웃소싱'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유보된 정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역시나 물에 대한 공공성보다는 효율성을 택했으며, 이는 결국 정부가 효율성을 핑계로 적자를 면피해보고자 하는 치졸한 방법일 뿐이다. 생활과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의 민영화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결국 고스란히 '물'을 사용하는 소비자. 즉 국민에게 모두 되돌아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뿐이다.

미국 의료보험의 민영화를 다룬 'SICKO'에서도 수도 없이 나오지만 '민간 기업'의 최우선적인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이다. 그들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단연컨데 절대 없다. '물' 역시 '민영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이를 주관하는 기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획득하려 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대상자인 국민에 대한 배려 따위 역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물산업지원법'은 현행 '정부공기업법'과도 대치될 뿐더러 외국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업들의 지분이 51%가 넘어가면 대주주가 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선택이나 대안이 없는 '물'에 대한 독점화는 얼마든지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민영화'로 인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지자체'의 요금 결정권만으로 '독점화 된 민간 기업'이 관할하는 '물'에 대한 요금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네들의 발상 자체는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이는 그네들이 그렇게 우선적으로 따지고 드는 '경제학적 논리'로 얼마나 당치도 않은 헛소리인지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들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일일 평균 사용량인 285L를 1L에 500원이라는 생수 가격으로 환산하면 하루에만 170원에서 14만원으로 폭증하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달이 아니라 하루의 가격이란 말이다. 이는 결코 괴담이 아닌데도 정부는 그저 무조건적으로 부인하며 '민영화'의 전단계인 '사유화'를 버젓이 추진하면서도 대놓고 '하지 않겠다'고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이 얼마나 국민들을 우습게 보고 기만하는 가증스러운 행태인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4,800만명의 생명과 생활에 직결되는 '물'을 가지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증진을 우선시해야 할 정부가 이딴식의 저급한 경제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며, 일말의 사회적 논의도 없이 일방적이고도 대책없는 '민영화'로 도리어 국민의 목을 조르는 행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며 어느 나라 국민을 위한 정부냔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것인가. 소통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의 반발이 빗발치는데도 정작 그네들의 정책집행에 있어서는 안중에도 없다. 뭐라고 떠들든 결국은 지네들이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있다. 소름이 돋을 정도의 무식한 일방통행이다. 애초에 CEO를 자처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정부와 기업의 위상과 역할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그것은 그가 보여준 이력이나 행보에서도 어느정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작금의 현실은 그에게 국가 운영의 철학과 비전 따위는 더더욱 결여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렇게 국가의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도 갖추지 못한 자에 대하여 소수 언론은 대선 기간 내내 다양한 경로로 경고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항들를 끝끝내 외면하면서까지 가장 막대한 권력을 덜컥 쥐어준 대한민국의 지난 대선 결과는 그저 비극적일 따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있어 더 큰 비극은 그러한 그가 5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취임한지 채 100일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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