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각성하라”=밤 9시40분께 행진이 을지로2가를 지날 즈음, 인도에는 양복 차림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은 천 의원과의 일문일답.

-고시가 강행됐는데. 

=여야 문제가 있지만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분노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다니, 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참담한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민주당이 성난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국민으로서는 당연한 질책이라고 생각한다.

천 의원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 옆을 지나는 시민들은 “민주당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천 의원은 얼굴이 굳어진 채, 수행원들과 함께 인도로 사라졌다. 이를 본 정상x(30·대학원생)씨는 “천 의원의 행동이 좀 늦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도로 나왔다고 해도 기회적인 처사라는 의심을 받을만 하다”고 꼬집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03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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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동기들과 함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다. 자유발언대 시간을 마치고 가두 행진을 하였는데 도중에 인도에서 천정배 의원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시민들과 함께 '민주당은 각성하라.'는 구호가 잇달아 터져나왔다. 그 근처를 지나던 나에게 한겨레 기자분이 다가와 그 인터뷰에 대한 소감을 묻기에 위와 같은 요지의 발언을 했다.

즉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협상 내용에 대해 줄곧 이의를 제기하며 '재협상'을 요구했건만 17대 국회가 마감되는 그 순간까지 정부 제 1여당이었던 '통합 민주당'은 무엇을 했는가? 10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부모가 자녀의 손을 잡고 촛불을 들며 거리로 그렇게 수 만명이 모여들 때까지 장관 해임안 건의를 한 것 이외의 대체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하였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마저 가결시키지도 못했다.)

공직에 있는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그 중 무엇보다도 국민의 민의를 제대로 헤아려 그를 정책 집행에 반영하는 것이 바로 입법부의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가 아니던가?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는 물론이요. 현 정부의 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제 1여당인 민주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벙어리마냥 청문회를 비롯하여 이번 사안에 대해 거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천정배 의원의 인터뷰를 보고 시민들이 '민주당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친 사실은, 단지 이명박 정부만이 답답한 것 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호흡을 함께하며 정부와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 역시 국민과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늘 벌어진 장관 고시도 막지 못했고, 뒤늦게 촛불 문화제의 가두 행진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는 모습은, 설령 그가 단지 정치적 의도만이 아닌 어떤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분노한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곧이 곧대로 비춰질 수만은 없는 시기라는 것이다.

오늘의 국민들의 반응이 서운하고 또 이번 촛불 문화제를 통해 전달하려는 국민들의 민의를 정말 헤아렸다면,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통합 민주당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진행하려 하는 다양한 사안들을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그렇지 않은 사안 -지금의 쇠고기 협정과 같은 사안- 들에 대해서는 건전한 비판으로 확실하게 견제를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정치활동에 있어서 국민들의 지지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지 않는 독선적인 모습으로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상실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愚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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