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해철과 입시학원 광고 논란에 대해


엇그제부터 가수 신해철을 내세운 입시학원의 광고 한 컷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평소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독설 수준의 진보적 성향을 표출해왔으며 현행 교육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취했던 그였기에 이번 입시학원 광고는 그동안 그를 지지하던 팬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이변'이자 '배신'에 가까운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하다.

2.광고를 둘러싼 원인. 흐름. 경과.

*'왜' 광고를 찍었을까.
나 역시 신해철의 입시학원 광고 카피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건 역시 '왜?'라는 의문이었다. 그에게 격한 비난을 퍼붓는 대다수의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각자의 해답을 찾았기에 그를 근거로 신해철을 비판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해철은 사전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재의 반응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던 것일까. 이분법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둘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정말로 예상하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그 예상을 뛰어넘을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거나.


그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던 '하루'정도 지나고 내놓은 답변을 보면 어느정도 예상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해명으로는 이미 그에게 비판의 날을 세운 네티즌들을 예의 그답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여러 네티즌들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금전적인 문제라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그다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렇게 태연자약한 모습인 듯하게 보이면서까지 무엇인가 감춰야 할 속사정이 있다고 짐작하는 편도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광고논란을 통해 신해철이 잃어버린 것.


그가 굳이 입시학원 광고를 찍어야 했는지에 대한 속사정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풀릴 수도 있는 문제이겠지만, 그보다도 그에게 있어 더 큰 치명타는 그동안 그가 직접 락 장르의 자작곡으로 담아냈던 사회 비판적인 메세지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한 주류 사회를 향한 독설로 오랜시간 형성해왔던, 그래서 현존 최고의 토론 프로그램인 MBC 손석희의 100분 토론에 곧잘 초대될만큼의 '비주류에서의 논객'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유명 대학에서 교수라는 타이틀로 사회 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점잖은 척 궤변을 늘어놓는 자들에게, 직설적인 언변을 날려대며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심어주었던 그 '논객' 신해철의 모습은 이번 사건이 어떤 식으로 매듭이 지어지든 이제는 그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어버린 것이다.

주류도 그렇겠지만 비주류에서 비주류의 지지를 끝까지 고수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표리부동'하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소신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고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그 스스로의 논리만큼이나 팬 혹은 지지층이나 시청자들에게 '논객'으로써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해철은 이제 이번 논란을 통해 그 무기를 잃어버린 셈이 되었다. 더우기 이미지라는 것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연예인 중의 하나인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그이기에 그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3.논란. 그 이후.

그가 향후 어떻게 입장 표명을 하든 이번 일은 앞으로 족쇄처럼 따라다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가 앞으로 사회 비판적 발언을 계속 하게 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정치적 파괴력이나 힘이 실리지 않을 수 있게 될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그가 그렇게 가식적이라고 비판하던 대상들의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듯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비주류의 달변가'를 한 명 잃었다는 점보다도 더 큰 상징성을 지닌 일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현실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평소 피력하던 신념마저도 뭉개버릴 수 있는 광고를 찍게끔 하는 밝힐 수 없는 현실. 그 현실이 바로 돈을 먹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는 현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듯한 체제인 자본주의의 탐욕스러운 본 모습이라는 것이다.

덧-

하지만 그가 그간 자신이 보여준 신념과 명백하게 다른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닌 해명글을 올린 시점에서, 나의 반응이 '성급한 것'이었음을 보여줄 수 있는 타당한 설명을 해주기를 아직까지 한 명의 팬으로써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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