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근무를 하기 전 연구원에 들어오는 20여가지의 일간지를 장식하는 기사들을 보며 들었던 정치에 대한 단상.

정치는 단지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는 모든 영역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내고, 그 정책은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순환 논리를 외면하고 정치는 나 또는 내 인생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그러한 현상으로 인식한다면, 자의가 아닌 타의의 집합으로 인한 결과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즉 교육, 취업, 결혼, 직장생활, 세금지출 등등의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일상적인 사회 문화 경제활동에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도들의 근원은 바로 정치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에 있어서 선거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것이며, 기권은 최선의 선택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함과 동시에 최악의 선택에 대한 암묵적 동조의 의미만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지니고 있는 선거권의 행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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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동아일보에 기고한 경찰대학 교수의 글 중 용산 참사에 대한 경찰의 대응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강경 진압에 대한 예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문제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도 역시 미국에서 찾아보는 건 어떤가? 과연 세입자의 권익은 깡그리 무시하고 허술한 법망 뒤에서 일방적인 피해만을 강요받는, 그러한 폭압적 형태의 도시 재개발이 현재의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지 말이다.

또 하나.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현 정부의 주요 보직에 임명되려는 후보들의 부적격 사례들이 즐비하게 쏟아지고 있음에도, 직무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들이라며 임명을 강행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원탁토론에서 연초에 있었던 국회 파행의 모습을 대해 미국의 의회를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장관 등 주요 인사의 임명에 대한 미국의 인사청문회 시스템을 본받는 건 어떤가?

최소 검증 절차만 9주에 이르며 업무와는 상관없는 조그마한 개인적 결점이라도 발견되면, 후보 본인의 자진 사퇴는 물론 대통령도 임명을 취소하는 그야말로 합리적인 검증 시스템 말이다. 그래야 역시 국회와 행정부간의 형평성이 유지되며 국회에게 훈수라도 한수 둘 수 있는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

하지만 당연히 그럴 리가 없겠지.이것이 오늘날 한국 주류 정치집단의 의식 수준이다.  

때문에 기권을 던지는 것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영원히 이러한 수준에 머무르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분명히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정당한 절차를 통해 표출해야만 한다. 그래야 점진적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느린 진화를 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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