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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독도를 물고 늘어지는 일본의 태도가 대다수의 국민들의 민족정서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잊을만 하면 다시 끄집어내어 문제를 야기하고 다시금 사과하는 그간의 일본의 근성은 참으로 놀라울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지금까지의 일부 우익 정치인들의 '망언' 수준과는 그 격을 달리한다. 물론 망언 자체도 적잖은 정치적 함의 -독도에 대한 일본 우익의 관점이라든가- 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것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면 '개인적 차원'으로 물러서는 수준에서 대부분 수습되곤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개인의 '망언' 차원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 아니다.

다름이 아닌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관련 문구를 명기를 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해설서에서  독도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여전히 영토 분쟁 중인 북방의 4개의 섬과도 유사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독도 문제 역시 북방 영토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섬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듯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이 해설서는 학습지도요령처럼 어떠한 법적인 구속력을 지니고 있진 않지만, 실제 교과서 편집은 해설서를 참고해 이뤄진다고 한다. 이는 예전에 후쇼사의 왜곡된 검정 교과서와는 그 파급력이 또 다르다. 당시에는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로의 사용을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해설서에 실리면 무조건 가르쳐야하기 때문이다. 즉 왜곡된 정보를 Fact인양 자국민들과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의 수작은 날이 갈수록 거침없어지건만 한국의 대응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 29일 이미 통합민주당의 김원웅 의원은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명기한 지도를 제작하여 시판하기 시작하였는데도,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응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실제 한국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 반응도 없었다.

또한 4월 19일 중앙일보의 권철현 신임 주일대사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여기에서 권 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속박당하지도, 작은 것에 천착하지도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 "낡은 과제이면서도 현안인 독도,교과서 문제는 다소 일본 쪽에서 도발하는 경우가 있어도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드러내지 말자"는 이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역시 같은 날 4월19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에서는 "주일한국대사관, 독도·동해 입장 빠졌다 복원"이라는 제목으로 주일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생긴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 기사에는 "주일한국대사관이 홈페이지에 한일관계에서 민감한 현안인 역사교과서, 독도, 동해표기, 북한핵 문제 입장에 관한 본문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가 논란이 일자 내용을 복원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하고 있다.

주체적이고도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에 대해 얼마나 소극적이며 안일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벌어진 일본과 독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 어떠한지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들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한 것이 바로 4월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의 4,766명 친일명단 발표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우리가 일본도 용서하는데"라며 "친일문제는 공과를 균형있게 봐야 한다", "이런저런 과거사청산위원회 분들은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분들", "위원회들을 정비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등의 발언들을 했었다. 이 당시에도 매우 거센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며 한일 관계에 대한 현실 인식인 것이다.

그의 역사 인식 부재는 비단 한일 관계뿐만이 아니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반독재.반유신 투쟁이었던 부마항쟁을 멋대로 '부마사태'라고 언급했는가 하면,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도 '광주사태'라는 뉴라이트 식의 발언을 하였고, 또한 도산 안창호 선생을 '안창호씨', 일왕을 '천황'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 의식은 "부재중"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얽힌 역사는 독립된지 63년이 지난 현재에도 청산되지 않은 부분들이 대단히 많다. 독립 당시부터 이미 첫단추를 잘못 끼워 맞췄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동시대의 비교대상이 되곤 하는 독일과 같은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그리고 다시 지난날의 과오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반성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전후 일본은 언제나 강성했던 제국주의 시대를 그리워하며 그 시절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고 있는 국가이다.

물론 우리도 프랑스와 같은 과거에 대한 확실한 청산을 하고 대한민국이 건국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확실하고도 깨끗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고 한일간의 국교를 수립한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 한국 현대사의 우울한 단면이다. 그리고 자칭 우익이라고 떠들어대는 자들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국익과 직접 연관되는 문제에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 아닌가. 일본더러 독일처럼 반성하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은 프랑스처럼 과거 청산을 하는 것 역시 당연하지 않겠는가.

오늘날까지 계속 되고 있는 독도 영유권 논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신사참배와 태평양 전쟁 등 군국주의 시대의 옹호. 그리고 흔히 위안부라고 불리우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 어느 하나 경계를 풀고 진심으로 믿어주기에는 일본의 행태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한 일본을 상대로 멋대로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는데'라는 1인칭 주어의 표현으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견해와 감정을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가 말하는 실용과는 멀리 떨어진 안이하고도 경솔하며 천박하기 짝이 없는 생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가볍게 보인 댓가가 바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드러내놓고 야욕을 보여주는 '건방진 화답'이다.

한일관계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끝났다.' 또는 '용서한다.'라고 선언해서 정말 '끝'이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해방 63년이 지난 오늘날.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본의 행태를 보았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끝나지 않은 과거와 작금의 현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용서받을 것은 확실하게 받고나서야 용서를 하는 진실로 '실용'에 어울리는 대일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 부응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여전히 미덥지가 못하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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