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자칭 우파 또는 보수주의라는 세력의 기원은 그리 멀지도 않은 일제강점기 시대라는 아픈 역사의 부작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우파'이거나 '보수주의'는 아니다. '우파' 내지는 '보수주의'라며는 자신이 소속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국심과 긍지가 매우 높고 또한 국가적 권익을 우선시하며 급격한 변화를 지양하고 사회현상의 유지를 우선시하는 부류를 의미한다. 여담이지만 미국의 부시정부에 포진했던 '네오콘'들은 이러한 경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 우파거나 보수주의라면 응당 이러한 지향성을 가져야 맞다.

그렇다면 지난 일제강점기의 과거 시절 일신의 안위와 출세를 위해 나라와 민족을 서슴없이 팔아넘기던 '친일'행적을 서슴치 않았던 소위 '친일파'들. 과연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우파' 혹은 '보수주의'라면 그들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리고 강대국이 부당한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할 때. 그것이 국가와 민족에 절대적으로 위협와 위해가 될 때. 과연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우파' 혹은 '보수주의'라면 어떻게 해야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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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진정한 의미의 '우파'나 '보수주의'를 갖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일제와 결탁해 민족을 핍박하며 '친일행위'를 꺼리낌없이 저지르던 그들은 해방 이후에 '민족반역죄'로 그에 걸맞는 처단을 했어야 옳았다.

나라를 되찾으려 일신의 안위와 생명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 투사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35년이 넘는 고난의 세월을 거쳐 되찾은 나라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그들을 '유야무야' 넘겨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이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마땅히 해야만 할 역사적 당위성을 지닌 일이다. 2차 대전 이후 독일 치하에 있던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각 국가들이 나치에 협력했던 이들을 어떻게 단죄하였는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갓 독립을 쟁취한 대한민국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본의 공백을 대신한 '점령국'과도 같은 행동을 했던 미군정의 실무적 필요성에 의해 대다수가 구제되었고, 그들은 그렇게 새로운 힘의 상징과도 같았던 미국에 의존하여 '친일'에서 '친미'로 갈아탔던 것이다.

임시정부를 세워 독립투쟁을 주도하고, 해방 이후 귀국하여 강대국의 이념대립으로 분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38선을 끌어안고 죽겠다'고 일갈하며, 자주독립을 꿈꾸던 '백범 김구'선생 당연하고도 원대한 꿈은 '빨갱이'로 비난받으며 흉탄에 의해 쓰러져 갔다. 그 외에도 많은 좌우합작을 통한 단일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몽양 여운형' 선생등을 비롯해 합리적인 독립운동가들이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암살되거나 탄압당했다.

반면 일제시대 머나먼 미국에서 일본 대신 미국의 통치를 요청했던 이승만은, 그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하나에 의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산하고, 대다수의 친일파들을 활용하게 되었다. 한국 현대사는 이렇게 시작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그렇게 친일에서 친미로, 그리고 다시 이승만의 하수인들로 신생국가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집권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국내의 이념대립을 남북간의 대치가 극에 달한 상황을 이용하여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조로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여 탄압하였으며, 이러한 정권유지 수단은 이승만 정권 이후 등장하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30여년간 군부독재의 가장 효율적인 통치방법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이 일컫는 '좌파' 또는 '빨갱이'와는 반대되는 개념에서의 '우파' 또는 '보수주의'가 되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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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군부독재마저도 문민정부 출범으로 종식된지 15년이 지났고, 지난 10년간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이 한때는 '빨갱이'소굴이기도 했던 북한의 국방위원장이자 실질적 지도자인 김정일과 두 번씩이나 포옹하며 남북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던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빨갱이'라는 구호들이 난무한다. 바로 자칭 한국의 우파 또는 보수주의라고 외쳐대는 세력들 속에서.

친일 인명 사전 발간과 관련된 예산을 전부 삭감해버리고 일제시대 반민족행위 진상을 규명하자는 법률을 누더기로 만들었던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지난 2004년 미국 장갑차에 의해 두 명의 소녀가 희생되었을 때 침묵을 넘어 미국을 옹호하던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6.15 선언은 규탄하면서도 8.15에는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이 그렇게 만병통치약처럼 외쳐대는 '빨갱이'를 막기 위해 징집된 병사가 군에서 의문사를 당했을 때, 진상규명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의문사 관련 법률 개정마저도 거부했던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2008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위험성을 지닌 광우병 위험 물질을 지닌 미국산 쇠고기가, 아무런 제제조치 없이 수입되는 것에 대한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 의사 표시 및 재협상 요구 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좌파'와 '빨갱이'가 선동하고 있다고 서울시청 앞에서 찬송가를 외쳐대며, 조중동을 옹호하고 MBC와 KBS에 앞에서 가스통에 불붙이는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여성에게 각목을 휘둘렀음에도 처벌받지 않는 그들은 대체 누구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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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에는 '우파'나 '보수주의'따위는 단연코 없다. 단지 그 자리를 수구꼴통들이 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저 매국노의 후손들이 건국 이후 누려왔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리사욕의 이기심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 앞에 국가와 민족은 없다. 그들이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강한 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겐 끝없이 야비해지는 그들이,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우파' 또는 '보수주의'라고 부르짖는 세력의 진실된 모습이다.

이들의 뿌리는 깊다.

그나마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라고 불러줄 수 있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연달아 집권하고 나름대로 대립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지지의 여부를 떠나 지난 대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준 대한민국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상대는 단지 이명박 대통령 개인만이 아니다. '우파'니 '보수'니 하며 진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호도하며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 최우선적으로 혈안이 되어 있는,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이 이명박 정부와 여당 뒷편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 대다수가 올바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참정권과 투표권을 활용하여 이들을 권력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위치에서 끌어내릴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실된 의미로서의 '우파' 또는 '보수주의'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며, 유럽이나 미국 부럽지 않는 '보수'와 '진보'의 정책 대결이 어우러지면서도 국민의 여론과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한층 성숙된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대선 결과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2008년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난 촛불은, 이러한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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