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동안 언론의 헤드라이트를 장식한 사건이 있으니 바로 '노건평 뇌물 수수 의혹'에 관한 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과실에 대해 광범위한 탐색을 펼치던 검찰의 입장에서는 지쳐가던 차에 걷어올린 횡재에 미소가 그득할 것일터다.

 필자의 부모님이 거주하는 집에서는 한겨레 신문을 그리고 필자 스스로는 경향 신문을 읽는다. 주요 신문사들 중 이 두 신문사가 그래도 진보적 성향을 띄고 있다는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경향신문도 최근 노건평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 보도 내용에 대해 거의 확신에 찬 듯한 논조로 기사를 작성하였다. 무슨 까닭일까.

 물론 진보 언론이라고 해서 덮어두고 노건평 의혹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써내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진보'라는 타이틀에 내포된 중립적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든, 참여정부든 시시비비는 분명하게 가릴 필요가 있고 그에 따라 보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노건평 의혹에 대한 기사는 과연 그러한 가치를 고수하며 보도를 내고 있는 것인가. 검찰의 보도를 보더라도 노건평씨는 본인에게 집중된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부정을 하고 있었고, (오늘 신문에는 구치소로 가기 전에 일부 혐의는 인정했다고 한다.) 검찰 역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채 심증과 관계자들의 증언에만 의존한 상태였다. 시일이 더 지나 수사가 진척되면 정말 구체적인 뇌물 수수에 대한 물증이 밝혀질지도 모를 일이나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도 요 며칠간 경향신문의 기사는 노건평씨의 의혹에 대해 줄곧 '수수 확정'이 된 듯마냥 당연한 듯한 결론을 내리는 논조로 기사를 보도했고, 어제 사설에서는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준엄한 질타를 날리는 사설을 게재했다. 법원에서 부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증거인멸의 우려와 도주의 가능성 때문에 '구속영장'까지 발부했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싶었다. 적어도 이 사안에 관한한 말이다. 

 법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범인으로 간주할 수 없는 '무죄 추정'이라는 유명한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보수 언론이야 이 사안에 대해 애시당초 공정한 보도따위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진보 언론은 명확한 혐의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최소한의 중립적인 기사의 보도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언론이 사실성과 객관성 그리고 공정성을 지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소이기에, 보수언론과 다를바 없는 검찰의 보도내용과 별다를 바 없는 공격적 기사는 조금은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법률적 판단이 유.무죄로 나오는 것과는 별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내세우던 '도덕성'은 '노건평의 의혹'이 불거져나오는 것만으로 이미 큰 치명타를 입었다. 이는 BBK 등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그래서 상대적으로 도덕적 의무감에 대한 압박을 덜 느낄 수도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기존의 YS, DJ 정부의 부정부패와도 차별성을 내세웠던 '도덕성'이라는 무기가 한없이 무뎌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에 대한 국민의 냉소는 다시금 정치 활동의 반경을 넓혀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폭을 당분간은 제한하게 될 것이다. 검찰이 애초부터 이러한 목적을 지녔다면 그야말로 목표를 초과달성하여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보수언론은 물론 진보언론과도 상당한 마찰이 있었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일명 기자실 통폐합)등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갈등 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번 사안에 대한 보도가 시종일관 그렇게 공격적이었을까. 필자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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