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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사람이라는 인격체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국식 슬래쉬 무비 스타일의 공포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공포라는 장르도 썩 달가워하진 않는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오컬트 무비류라면 다소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요한계시록의 종말론적 공포물이었던 '오멘' (이건 참 궁금해하면서도 무섭게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이나 '데스티네이션'이라던가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개연성이 떨어지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졌다고 생각하지만) 하는 영화들은 그래도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난다.

헐리우드에서의 90년대말부터 유행적으로 번진 종말론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전지구적 재난 영화의 장르가 상당히 유행하였는데 (아마겟돈이라던가 딥임팩트류 또는 코어나 더 데이 애프터 투머로우라든가)  최근에는 단순히 SF적 재난영화에서 벗어나 재난을 통한 인간 본연의 본성이나 트라우마적 공포를 조명하는 영화들이 잇달아 나와서 매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개인 여건상 영화관에서 볼 형편은 되지 못하는 바람에 개봉한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집에서 보게 되었다.

The Mist.

이 영화 역시 재난과 더불어 안개라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과 더불어 초자연적인 생명체의 등장이 유발하는 공포 앞에서 내면에 가려져 있던 인간들의 본성이 어떻게 발현이 되는가를 노골적으로 담아낸 한 편의 SF 공포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스토리는 유명한 소설 작가인 '스티븐 킹'의 동명 원작에 기반하였으나 원작에는 뚜렷한 결말이 없는 반면 영화의 결말은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그야말로 기막힌 반전으로 마무리되게 된다.

특히 인간 스스로가 유발한 초자연적인 재난 현상에 대해 밀폐된 공간에서의 오로지 살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 앞에서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기심들이 표출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감독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다양한 배경을 중심으로 개성적으로 묘사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무력함에서 비롯된 공포심의 해소를 위해 생겨난 '종교'가 그 본래의 종교적 가르침과는 달리, 막상 집단의 공포 앞에서 이기적인 욕망으로 일치된 군중심리를 바탕으로 '신의 뜻'이라는 명목 하에 얼마나 크게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이 작품의 최고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신앙에 대한 믿음의 여부에 따라 이 부분의 평가는 상당히 다를 수 있겠지만 종교의 긍정적인 부분만큼이나 어두운 면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듯 싶다. 마치 중세 암흑기의 마녀사냥이 딱 그러했을법 하다.)

그리고 결말같지 않은 결말의 대반전을 통해 결국 감독은 시청자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최선의 선택이 상황에 따라 최악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냉혹한 사실을 극명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이없다. 허탈하다는 평가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러한 결말은 충격만큼이나 한번 더 생각을 해볼 여지를 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SF적 공포물이지만 다양한 시각효과만큼이나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한번 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

PS : http://www.daisyent.co.kr/mist/sub01.html (더 궁금하신 분들은 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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